비와

먹먹한 하루.
알 수 없는 감정에 싸여 어스름한 빗 속을 걸었어요.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내 마음을 적셔줄까 싶었어요.

세상은 물로 가득한 어항같았고
난 어항 속 물 안을 헤엄치는 물고기 같았어요.

한참을 걷다가 빨간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다리를 쭉 폈어요.
지나가는 사람은 나를 보았고
나는 지나가는 사람을 보았어요.

처마를 타고 떨어지는 빗물들은
작은 하얀 물기둥이 되어 주변으로 튀었어요.
스타킹에 싸인 제 발등도 빗물로 젖어있었어요.
멍하게 내려보니
따스한 손으로 두 발 꼬옥 쥐어주던 당신이 생각났어요.



당신 앞에서 난 결혼을 했고
당신은 끝까지 나를 위해 웃어주었어요.
잘 지내나요. 당신.
비가 오면 당신의 손이 생각이나요.



댓글

  1. 그리움에 꺼낸 추억이
    빗물이 되어 온몸을 적신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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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 오면 감성적이 되는 건 일반적인데, 오늘의 글은 좀 슬픔이 묻어나네요. 힘내시고 좋은 밤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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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특별한 일이 없는데도 기분이 수렁에 빠진것차럼 가라앉기도 하지요
    이젠 풀리셧나요?
    오늘은 마음이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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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글
    1. 그런 날이 있죠.
      그런 날은 지나갔죠.
      또 오겠죠.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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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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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그 당신은 누구일까...??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빗방울이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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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비가주는 것들.
    젖어드는 네 감성으로 더 붉어지는듯.
    네 발보다 마음이 더 따듯했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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