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발.

 
 
 
한걸음. 한걸음.
빗 속을 걸었어요.
주변으로 튀어 발을 적시는 빗방울은
우산 안에 있다한들 소용 없었어요.

구두까지 모두 젖어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발.
많은 이들이 사랑해 마지 않았던 나의 발.
많은 이가 품은 욕정에 대한 찌꺼기를 닦아내었던 나의 발.

아껴야지.
아껴줘야지.
하면서도
길이 들어버려
빗물에 고인 웅덩이를 찾게 되는 그런 발.

충혈되어 붉은,
아득해지도록  눈 앞이 하얀,
빗물에 가득 적신 스타킹 속의 발을
집에 도착해서야 조심히 벗어내었어요.

엎드러진 나의 귓가에 남편 코고는 소리가
아스라이
검었던 빗물에 짙무른 발을 말리려
이불 속으로 조심히 집어 넣었어요.


그들의 광란.
우리 안에 던져진 저는
그들의 새벽을 모두 받아내고
아침 그들이 잠든 후에야 겨우 집으로.
검은 손이 휘어잡은 검은 머리카락.
두 눈에는 흰자만.
 

댓글

  1. 많이도 사용되었군요.

    지난 일들에 억매이지도 미련에 주저하지도 않길 바래요

    언제나 자기자신을 사랑하세요.
    나 또한 그대를 애정하니까요.

    아름다운 엄마이면서 여인이면서 욕망덩어리에게

    답글삭제
  2. 수고 많았어요. 푹 쉬시길~!

    답글삭제
  3. 아름다운 글과 사진이네요~

    답글삭제
  4.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답글삭제
  5.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답글삭제
  6. 그대의 풍만하고 섹시한 힙과 어여쁜 발목에 검은스페이트퀸을 새겨넣었을 때, 이미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그대가 검은 짐승들 무리속에서 짐승처럼 욕정을 불사르기를. 축하한다고 해야하나..^^ 광란이라 하기엔 너무나 촌스럽고, 뭐랄까 그대의 정염과 욕정을 불사른 시간을 잘 즐겼고 만족했기를 바래. 몇명이었을까? ㅎㅎ

    답글삭제
  7. 블로그 메인화면의 그녀의 발.
    공허함으로 가득찬 발.
    그 고통을 삭히러
    많이 이들을 찾아다녔던 그 발.
    그 순간이 아픔을 잊게 했으나
    여전히 물들어 있는 그 발.

    답글삭제
  8. 혹시라도 남편이 왜 그리 젖었냐고 묻는다면 빗물에 젖었다고 둘러대겠지만, 실은 빗물이 아니라는걸 당신의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어요

    답글삭제
  9. 남자들의 더러운 빗물로 더러워진 당신의 발
    당신은 아무리 꽃잎에 발을 담구고 씻어내도
    당신은 아무리 바디워시로 씻어내도
    당신은 아무리 향수를 뿌려봐도
    당신발의 깊게 배인 남자들의 밤꽃향기는 지워지지 않고
    오히려 더 향기만 짚어질뿐...

    아무리 현모양처 처럼 입어도 아무리 커리우머 처럼 입어도
    당신과 같은 부류의 여자는 당신의 발의 깊게 배인 남자들의
    밤꽃향기에 이끌리죠

    답글삭제
  10. 글과 사진을 보니 Wild is The Wind라는 노래를 들려주고 싶네요. 데이빗 보위의 노래도 좋지만 오늘은 조지 마이클의 버전으로.

    https://youtu.be/AgHmEidxPMA

    답글삭제
  11. 발을 보여주는 행위는
    매우 은밀한 관계죠
    난 너의 발을 보았어
    넌 나의 발을 갈망하지

    답글삭제

댓글 쓰기

가장 많이 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