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 없는 술.




마지막 잔은 가득 채우지 않았다.
왠지 오늘은 그 사람이 취하는게 싫어서.
그 사람은 마지막잔을 입에 털어넣었고,
자리에 일어나 뒷모습만 남긴채 떠나갔다.

홀로 남아
빈 잔에 그의 것을 가득 담았고
끈적이는 입술을 열어 목 깊이 넘겼다.
빈속의  찌르르함은 오르가즘이었다.

오로지 첫 잔 에서만 가질 수 있는 그것.
점점 더 강한것을 찾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니.

취기가 오르며
그때 그 컸던 술잔과 달콤했던 술이 생각이났다.

발 끝을 모으고 조용히 일어섰다.

그들이 모인 곳을 향해
깊이 고인 물 웅덩이를 지나기로 했다.

결국 나의 두 발은 모두 젖어버렸고
나의 입술도,
나의 머리카락도
모두 젖어버렸다.


댓글

  1. 요즘 발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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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름다워요
    당신의 몸도

    마음을 담아 내어놓는 글도
    황홀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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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단다.

    부여잡고 있는 껍질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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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들이 모여있는 깊고 어두운 그 숲 그늘진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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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입술과 머리카락은 물에 젖은 건가요? 아니면 다른 것에 젖은 건가요?
    글보면서 커피마시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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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난 왜 그대의 글을 읽으면서, 그대가 검은 무리들에게 둘러싸여 온 몸으로 그들의 검은 물을 받아내는 상상을 하고 있는걸까요? 러스트 그대가 의도한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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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스스로가 안주가 되기로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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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오르가즘의 절정이 발가락...
    관념의 유희를 멋지게 즐기시는 모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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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바람기 많은 여자들 특징 TOP13
    영상 한번 보시길....어느 정도 공감하나 궁금...^^
    https://youtu.be/zpp08d0iX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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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점점 더 강한 것을 찾는 당신처럼 글도 사진도 점점 더 강하게 포스팅해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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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어느덧 그대가 일어나 움직일 시간이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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