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주인 없는 빈 집은 많은 이야기를 하죠.


현관을 들어와 힐을 벗어요.

문 앞에 놓여진 슬리퍼에 발을 넣어요.

커튼 너머로 빛이 들어와 어둡지는 않아요.


불을 키지 말라고해요.

집안 곳곳에는 주인의 살향이 짙게 베어있죠.

소파와 침대, 심지어 슬리퍼까지 말이에요.

옷장안의 옷이 가장 직접적이죠.

속옷은 더할나위 없구요.


그의 서재에 들어가 책향을 맡고

그의 의자에 앉았아요.

그가 생각을 보내는 곳.


벗으라고해요.

더운 몸을 식히려 옷을 벗어요.

몸에 열이 더 오르는건 어떻해야 할까요.


그의 빈 테이블 위에 올라가 반듯이 누워요.

창 너머 건너온 빛이 목을 간지럽혀요.


나의 주인이 없는 빈 집.

나의 손은 다리 사이로 들어가요.

 

댓글

  1. 주인에 향기와 몸짓
    소리까지 되새기며
    번져오는 아랫도리에
    느낌을 음미하며
    움직이는 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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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가 없는 빈집에서도
    마치 그가 있는듯
    그가 길들인 대로
    목줄을 차고 네 발로 기며 그의
    채취가 강한 침실과 옷장 서재속에
    그의 채취를 맡으며 주인과의 추억에
    잠긴채 그의 서재 테이블 위에 한손은 젖가슴을
    붙잡고 한손은 다리 사이로 손이 내려가면서

    자신이 왔다갔음을 영역표시로
    전율로 부들부들 떨고있겠죠
    혼날 줄 알면서 아니 혼나고 싶어
    일부로 영역표시를 하면서.

    지적인 장소인 서재에서
    지적이며 천박한 유부녀와
    지적이며 신사인 변태 주인과의
    조교와 정사가 일어 날지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전망 좋은 호텔 방 보다
    은밀한 룸과 시끄러운 클럽보다
    가장 조용하고 사색하기 좋고
    집중이 잘되는 서재에서
    퇴폐적인 냄새로 얼룩진
    원색적인 장소로 바뀌는군요.

    남녀가 함께 어디에 있든
    깨끗한 곳이 더럽혀 지는군요
    그들만의 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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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의 시선이 불이네요. 당신이 식혀보려 애써도 결국 주인 때문에 식기는 커녕 점점 뜨거워지고 녹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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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주인 없는 빈 방에서 그의 흔적을 느끼고 합일의 과정을 위한 몸짓이 시작되는군요...혼자이지만 상호간의 교류...마치 귀접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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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실오라기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그가 없는 빈집은
    당신은 그의 안주인이자
    당신의 안식처

    그곳에선 주인과 노예인 당신의
    신분 차이 상관 없이
    전라의 상태로
    있다는 것이 평등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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